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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란, 누가 그 꽃을 꺾었나

한적한 시골 마을 속 외진 별장. 그곳에 한 송이 모란꽃이 피어났다. 꽃을 꺾으려는 남자. 꽃을 지키려는 남자. 그리고... 그 꽃이 사랑한 남자. 이것은 탐스럽게 피어난 붉은 꽃과 그 꽃을 탐낸 남자들의 이야기. *** 처음으로 눈이 마주치고 시선이 얽혔다. 깊이 가라앉은 눈동자에 검붉게 일렁이는 열기가 순간적으로 번뜩이다 거짓말처럼 사라졌다. 그가 말해주기를 바랐다. 네가 보고 싶었다고. 기다렸다고. 사실은 나도 널 원한다고……. 부질없다. 욕심은 그만 부리자. 그나마 나를 방에서 내쫓지 않는 것에, 더러운 창녀라고 욕하고 침을 뱉지 않는 것에, 비록 몸뿐이지만 그렇게라도 이 남자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…… 만족하자. 현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느린 걸음으로 ..
한적한 시골 마을 속 외진 별장.
그곳에 한 송이 모란꽃이 피어났다.

꽃을 꺾으려는 남자. 꽃을 지키려는 남자. 그리고... 그 꽃이 사랑한 남자.

이것은 탐스럽게 피어난 붉은 꽃과 그 꽃을 탐낸 남자들의 이야기.

***

처음으로 눈이 마주치고 시선이 얽혔다. 깊이 가라앉은 눈동자에 검붉게 일렁이는 열기가 순간적으로 번뜩이다 거짓말처럼 사라졌다. 그가 말해주기를 바랐다. 네가 보고 싶었다고. 기다렸다고. 사실은 나도 널 원한다고……. 부질없다. 욕심은 그만 부리자. 그나마 나를 방에서 내쫓지 않는 것에, 더러운 창녀라고 욕하고 침을 뱉지 않는 것에, 비록 몸뿐이지만 그렇게라도 이 남자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…… 만족하자.

현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느린 걸음으로 다가갔다. 다리 사이가 뜨겁게 저리며 욱신거렸다. 축축하게 젖어 드는 팬티가 느껴진다. 휘몰아치는 열기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.

미쳤구나, 홍모란. 저 남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, 저 남자의 시선 속에 담기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흥분해서 발정하다니. 정말 저 남자한테 단단히 미쳤구나, 나는.
홍염[ 紅染 ]은 잇꽃을 이용하여 홍색으로 염색하는 것을 뜻합니다. 홍색은 예로부터 여색이나, 여인을 상징하였으며, 초록색이 참한 규수라면, 홍색은 기녀로 풀이되기도 하였습니다.
‘이런 일은 소설에서나 나오는 일이야.’라고 말하지만 사실 소설이나 드라마보다는 현실에서 더 충격적인 일들이 많이 발생합니다. 신문에서 본 내용, 주위에서 ‘그랬다더라’ 하는 소문들. 그것들에 살을 붙여 제 속에 있는 음란한 상상을 꺼내 보았습니다.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참한 초록색에서 선명한 붉은색으로 물드는 모습을 그려 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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